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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이야기

생활 속 재미있는 한자어 5(肝膽, 寒心, 斷腸, 換腸)

by Suyeon79 2023.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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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 한심, 단장, 환장

우리가 생활 속에서 흔히 쓰는 표현 중에 신체와 관련된 재미있는 유래나  뜻이 담긴 한자어가 많이 있습니다. 건전하고 바른 정신이 중요한 만큼 그 정신, 마음을 담고 있는 우리의 몸 역시 정말 소중함을 늘 상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효경」에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우리의 몸, 털, 피부 모든 것은 부모님에게서 받은 것이므로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다)'라고 했습니다. 부모님을 통해서 만들어진 몸이기 때문에 부모님께 효도하는 마음으로 함부로 하지 않아야 하겠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나의 몸'이기에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정말 소중한 것은 '나'이니까요. 우리 몸과 관련된 재미있는 한자 표현들을 알아보겠습니다.

 

재미있는 한자어 5

 
 

간담이 서늘하다

몹시 놀라고 섬뜩한 상황에서 우리는 '간담이 서늘하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간담(肝膽)은 간과 쓸개입니다. 간과 쓸개는 오행 중 목(木)의 기운에 속한다고 하며 '목'은 용기, 배짱, 결단력에 해당합니다. 간(肝)은 옳고 그름을 판단합니다. 간은 우리 몸의 여러 장기 중 가장 큰 장기인데 깜짝 놀라는 상황에서 이 기능이 위축되면 간이 콩알만해진다고 합니다. 또 간은 우리 몸의 거름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소라면 할 수 없는 말이나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할 때 우리는 '간이 부었다' 또는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 등의 표현을 씁니다. '간에 기별도 안 간다'라는 말은 먹은 것이 너무 적어서 간에까지 전달될 것도 없다는 뜻입니다. 담(膽)은 결단, 판단하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옛사람들은 진정한 용기는 쓸개에서 나온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두려워하지 않고 강단 있게 밀어붙이는 사람을 보면 대담(大膽: 쓸개가 크다)하다고 하고, 두려움 없는 사람에게는 담력(膽力)이 세다고 합니다. 쓸개는 우리 몸에서 저울에 달린 추처럼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도 하는데요. 그래서 중심을 잃고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는 사람에게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라고 말합니다. 간담(肝膽)은 속마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간담상조(肝膽相照: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고 친하게 사귐)는 간이고 쓸개로 다 내어 보여줄수 있을 정도로 친한 사이를 뜻하는 성어입니다. 간이고 쓸개고 다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도 소중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임을 절대 잊으면 안 되겠습니다.
 
 

정말 한심한 녀석이네

한심(寒心)은 한자 뜻 그대로 풀이하면 '차가운 심장'입니다. 심(心)은 심장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상형자(象形字: 모양을 본떠서 만든 글자)로 옛사람들은 심장이 인간의 마음을 주관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례로 중국의 전설적인 명의인 편작이 두 사람의 심장을 바꾸는 수술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둘이 수술 후 각자 집을 바꿔 찾아가고 자신의 가족들도 몰라 봤다는 이야기가 「열자」라는 책에 전해집니다. 심장의 기능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심(心)은 '마음'이라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심장 속에는 뜨거운 피가 흐르는데 한심(寒心)하다는 것은 심장이 차가워졌다는 뜻이고 결국 혈액 순환이 느려져 심장의 기능이 저하되었다는 뜻입니다. 심장의 기능이 저하되니 의욕은 떨어지고 일할 맛도 나지 않게 되며 그걸 보는 사람도 혀를 내두르게 되겠죠. 반대로 갖은 정성을 다하여 모든 일에 힘쓸 때 우리는 '열심(熱心)'이라고 말합니다. 가슴이 벅차오르고 뜨거워지는 심장, 열정으로 가득한 심장박동이 느껴지지 않나요? 오늘부터 우리의 심장을 寒心이 아닌 熱心으로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단장과 환장

진나라 때 한 병사가 장난 삼아 새끼 원숭이 한 마리를 잡아왔는데 어미 원숭이가 슬피 울며 천여 리를 쫓아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친 어미는 그만 죽고 말았고 그 어미의 배를 갈라 보니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단장(斷腸)이라는 말이 전해졌습니다. '단장'은 '창자가 끊어지다'라는 뜻입니다. 창자는 순우리말로 '애'라고 합니다. 우리가 '애가 탄다', '애가 끓다', '애간장' 할 때의 그 '애'를 말합니다. 그래서 '단장'의 우리말 표현이 바로 '애끓다'입니다. 실제로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신경성 대장증후군을 겪기도 하고 심하면 장이 파열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환장(換腸)'은 '마음 속내가 확 바뀌다', '마음이 비정상적인 상태로 크게 변하다'라는 뜻입니다. '환장'은 창자가 뒤집힌 것을 말합니다. 창자는 음식물을 아래로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하는데 환장을 하면 먹은 것이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위로 올라오거나 하는 통에 창자가 꼬이게 되고 이는 심한 복통을 유발합니다. 그래서 '환장'을 하면 그 고통에 눈에 보이는 것이 없게 됩니다.  '단장' 하거나 '환장' 할 일 없이 즐겁게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인생사새옹지마'라는 말도 있듯이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것이 결국 인생이란 것이고 순간순간의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굳건한 정신력을 가질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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